2012년 10월 6일 토요일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과음

막걸리 한 병과 김치 한 보시기만 있으면 행복하다 말하던 고 천상병 시인의 '주막에서' 중 한 대목입니다.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술 취함에 대하여 이보다 더 멋지게 표현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장엄하게 몽롱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나오는 알콜 중독자 벤(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그렇습니다. 영화 시나리오작가였던 그는 알콜 중독으로 직장에서 쫓겨나자, 퇴직금을 들고 라스베가스로 향합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원 없이 술 마시다가 죽는 것. 이것이 그의 마지막 꿈이죠.
 
한편, 그가 세상의 마지막에서 선택한 여자는,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입니다. 그녀 역시 절망의 끝에 서 있긴 마찬가지죠. 사랑이 짧을수록 슬픔은 길어지는 법. 죽기 위해 마셔대는 알콜 중독자와 라스베가스 창녀의 사랑은 스팅의 음악만큼이나 쓸쓸하게 막을 내립니다.
 
'술이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마신다, 사회가 자꾸만 술을 권하니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거다.'
사회생활 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공감하실 겁니다. 영화 속 밴이 죽기 위해 술을 마신다면, 사실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살기 위해 마시는 것이죠. 술 한잔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가끔 마시는 술은 약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시인 하재봉의 말처럼, ‘퇴근길에 넥타이 느슨하게 풀고, 소주 한잔에 삼겹살 뒤집으며 직장상사 욕하는 재미‘라도 있어야 갑갑한 직장생활을 견뎌낼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을 마셔야 한다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양을 마셔야 기분이 좋아지게 되고, 결국은 술 마시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이른바 알콜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이 적당한 것일까요?

국민건강생활지침에 따르면, 한번 마실 때 막걸리2홉(360ml)이나 소주2잔(100ml), 맥주3컵(600ml), 포도주2잔(240ml), 양주2잔(60ml)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이상을 마시면 과음이 되는 거죠. 또, ‘위험음주’ 즉, 건강을 헤치는 음주는, 마시는 술의 종류나 술을 마시는 속도, 안주를 먹느냐 안 먹느냐와는 관계없이 알콜함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쉽게 말해 하루에 마시는 양이 소주 5잔, 1주일에 마시는 총량이 소주 2병반이 넘으면 위험음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으시면서 현실성이 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이 이상 마시고 다음날 몸이 무겁거나 속이 쓰리는 등 숙취를 느끼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소주 5잔이 위험음주의 기준이 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비만이 있는 사람과 여자 및 65세 이상인 사람은 이 기준의 절반, 즉 하루 소주 3잔이상, 1주일에 1병 넘게 마시면 바로 위험음주로 분류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술을 분해하는 능력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런 핑계로 과음을 합리화하다 건강을 잃어서는 안 되겠죠.


과음이 만드는 질병들

보통 술 하면 지방간이나 위염과 같은 경질환만 생각하시는데,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은 지방간이 간경변이 되고, 위염이 위궤양으로 발전합니다. 궤양이 심해져 천공이 일어나고, 복막염으로 응급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구요, 잦은 음주로 췌장염에 걸려서 입원 치료를 받는 분도 자주 봤습니다. 이런 응급 상황이 아니더라도 술은 심근병증이나 혈소판 감소, 빈혈,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신경계에 직 간접적인 손상을 주기도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숙취해소법은 무엇일까?

자, 과음으로 인한 피해가 이렇듯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해장국집을 찾는 직장인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술 조절하기가 살 빼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숙취 해소에 뭐가 제일 좋으냐를 묻곤하는데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알려진 해장음식이나 약 중에 숙취를 확실히 줄여주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2005년 영국 의학회지 연구자료) 당연한 이야기지만, 숙취에 대한 최고의 처방은 ‘절제’라는 것, 기억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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